요약 | 거리는 왜 이리도 어지러운가. 거의 삼십년 동안이나 걸어온 사람의 거리가 그렇게까지 어수선하게 눈에 어리운 적은 없었다. 사람의 거리란 일종의 지옥 아닌 수라장이다. (신경을 실 다발 같이 헝클어 놓자는 작정이지.) 문오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다. 눈을 감고 귀를 가리우고 코를 막고-모든 감각을 조개같이 닫쳐버리면 어지러운 거리의 꼴은 오관 밖에 멀어지고 마음속에는 고요한 평화가 올 것 같다. 쓰레기통 속 같은 거리. 개천 속 같은 거리. 개신개신하는 게으른 주부가 채 치우지 못한 방속과도 거리는 흡사하다. 먼지가 쌓이고 책권이 쓰러지고 휴지가 흐트러진 -그런 어수선한 방속이 거리다. 사람들은 모여서 거리를 꾸며 놓고도 그것을 깨끗하게 치울 줄을 모르고 그 난잡한 속에서 그냥 그대로 어지럽게 살아간다. 깨지락깨지락 치운다 하더라도 치우고는 또 늘어놓고 치우고는 또 늘어놓고 하여 마치 밑 빠진 독에 언제까지든지 헛물을 길어 붓듯이 영원히 그것을 되풀이하는 그 꼴이 바로 인간의 꼴이요. 생활의 모양이라고도 할까. 어지러운 거리. 쓰레기통 같은 거리. 별안간 덜컥 부딪지는 바람에 문오는 감았던 눈을 떴다. 얼마동안이나 눈을 감고 걸어왔던지 부딪친 것은 바로 집 모퉁이 쓰레기통이었다. 다리뼈가 쓰라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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