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벌써 얇게 입고 산보할 시절은 아닌 성싶다. 단영은 반시간 동안의 아침 산보에서 돌아오면서 입술이 파랗게 얼고 팔과 무릎이 떨렸다. 손에 꺾어 든 산사나뭇가지의 붉은 열매도 찬 아침공기 속에서는 앙상하고 스산하게 보인다. 산골짝 개울물 소리가 귀에 차고 여러 번 째의 모진 서리를 맞은 단풍잎들도 이제는 벌써 신선한 빛을 잃고 불그칙칙하게 시들어버린 꼴이 시절의 마지막을 고하는 듯도 하다. 푸른빛은 물론 한 곳 찾아볼 데가 없고 붉은 빛도 누른빛도 차차 종적을 감추어 색채 없는 겨울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차고 쌀쌀하게 보일 뿐, 온천지의 풍물은 소슬하기 짝없다. 그 산골짝의 온천을 찾은 지 사오 일에 나날이 절기가 달라짐을 느끼며 단영은 추위에 몸이 옴츠러듦을 깨달았다. 서울서도 경의선으로 하루가 걸리는 그 북쪽의 산골을 찾은 것은 하기는 한적한 맛을 구해서가 아니었던가. 쓸쓸한 산속에서 며칠을 지내는 동안에 마음은 완전히 가라앉고 한 가지의 목적만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아니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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