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난과 생활사에서 주문한 새 달력이 도착했다. 첫 표지 그림에 내 동광이 큰지막하게 인쇄되어 있어 자랑스럽다. 그러나 새해 1월달의 월그림이 아닌 새해가 되기 전 그저 새 달력으로 걸어두면 보기 좋도록 하는 장식용 겉표지로 실려 있어 유감이다. 그나마 이렇게 해준 것도 과한데, 분명히 감사해야 하는데도, 나는 불평만 하고 있다. 잡지사의 배려에 감사할 줄 모르고 오히려 더 큰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게 내가 그렇지 않는 척하면서 서슴없이 하고 있는 교만함이다. 올해도 겨우 25일이 이제 남았을 뿐 또 한 해가 저문다. 가는 해를 허약한 인간인 우리가 어쩔 도리는 없다. 송구영신이라는 말이 분명하게 이때에 쓰이는 말이긴 하지만 나는 그렇게 실감할 수가 없는 것도 또 다른 교만함 때문일 것이다. 뒤돌아 생각하면 2003년은 나에게 그저 지나가는 그런 해는 분명 아니었다. 큰놈 동훈이가 그렇게도 우리 내외가 원했던 결혼을 했으며, 며느리도 지금 느낌으로는 우리 집에 잘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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