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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식물을 향한 조심스러운 고백 이제는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반려동물처럼 식물과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겠다는 이들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점가에는 식물과 관련된 책이 많아졌고, 플랜테리어가 유행하며, SNS에서 그럴듯한 식물 사진과 마주하는 일도 흔해졌다. 아니, 어쩌면 늘어났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식물은 늘 우리 곁에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갑자기 식물을 이야기하게 되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어느 날, 식물을 찍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식물은 늘 우리 생활 곳곳에 머물고 있었기에 식물을 찍겠다고 마음먹은 일은 새삼스러운 결심인 듯했다. 저자는 더 나아가 식물에게서 다양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식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좋아하는 것을 여러 사람과 나누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나름대로의 식물 이야기를 기록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반면에 그 모든 이유는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기도 하다. 그저 좋아졌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게도 말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식물에 깊게 반했지만, 아직은 서툴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그 애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따뜻하고 사려 깊은 고백이다. 식물 초보를 위한 따뜻한 지침서 좋아하는 대상이 생긴다면 그에 관해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단순한 초보를 넘어 ‘식물 킬러’이기까지 했던 저자는 식물에게 넘치는 애정을 표현하는 일이 망설여졌다. 식물 공부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식물 세계의 벽은 높아 보였다. 식물 공부를 시작하면서 찾아본 자료는 대부분 너무 어려웠다. 어떤 식물은 키우기 쉽다고 하는데, 그런 식물조차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적이 있는 저자에게는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분명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진짜 왕초보를 위한 식물책을 쓰게 되었다. 식물의 이름을 찾아보고, 키우는 법을 알아보았다.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있었기에 식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식물에게 조금씩 더 다가갔다. 그렇게 얻은 정보와 사진을 담고, 식물을 만나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기록했다. 물론 책에 담긴 정보는 최대한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평소 잘못 알고 있던 것과 궁금했지만 어디에 물어봐야 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식물을 좋아하지만 잘 키우지는 못하는 ‘식물 킬러’ ‘식물 똥손’ ‘식물 초보’에게 편지를 전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이 책은, 식물과 친구가 되고 싶은 누구에게라도 기꺼이 따뜻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포토그래퍼가 바라본 식물과 그 사진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애정을 담아 찍은 식물들의 모습이다. 어떤 식물은 익숙한 모양새 때문에 친근하고, 어떤 식물은 낯선 모습 때문에 눈길이 간다. 좀 더 들여다보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식물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누런 잎이 지거나 웃자란 모습 또한 색다르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포토그래퍼로서 사진을 찍는 일은 항상 새로운 피사체를 찾아 색다른 시각으로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식물은 더없이 좋은 피사체였다고 한다. 하나하나 경이로울 정도로 새롭고, 아무리 부지런히 찍어도 평생 그 종류를 다 만나 볼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신기한 모양의 식물은 물론이고, 익숙한 식물도 카메라를 통해 보면 언제나 새로운 면이 있다. 모두 초록인 거 같지만 같은 초록색은 하나도 없고, 한 줄기에서 자란 잎사귀도 완전히 똑같은 모양은 없다. 또한, 저자는 식물을 찍으면서 눈앞의 대상이 어떤 형태와 질감을 가졌는지, 색은 어떤지,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고, 어떤 거리와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등 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충실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무엇을 찍든 사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본질을 식물이 다시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식물을 향해 “은인 같은 피사체”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문가의 예술적인 소양을 마음껏 뽐내는 책이라고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다. 식물책을 썼지만 여전히 자신은 식물 초보라고 말하는 저자는 누구보다 초보의 심정을 잘 이해한다. 사진에 있어서도 그렇다. 저자는 결코 사진이 전문가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식물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면 망설이지 말라고 조용히 부추긴다. 사진 찍는 방법을 설파하기보다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팁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식물 사진에 빗대어 설명하지만, 그 어떤 피사체라도 사진의 기본을 생각하며 촬영할 수 있게 말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식물 이야기 식물 초보를 위한 알찬 정보, 아름다운 사진,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하는 식물에 대한 애정을 빼놓고도 이 책은 여전히 눈길이 간다. 책의 주인공은 식물과 그 사진들이지만, 식물을 키우는 게 여전히 부담스럽고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다정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식물 이야기는 있다고. 식물과 정말 관련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라도 말이다. 선물로 주고받은 스투키나 어린 시절 집에서 키웠던 소철, 혹은 공기정화에 좋다는 얘기에 들여놓은 산세베리아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다. 저자는 파키라를 보면서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실버레이디를 만나면서 학창 시절의 생물 시간을 소환하며, 펜덴스를 통해 식물이 주는 조용한 위로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잊고 있었던 따뜻한 기억을 불러들인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식물은 늘 우리의 시간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지금 곁에 반려식물이 없을지라도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강아지풀이든 졸업식 때 받은 꽃다발이든 마음속에 소리 없이 살고 있던 식물이 하나라도 생각난다면 누구라도 이 책이 전해 주는 포근한 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