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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는 그 남자의 사진 석 장을 본 적이 있다. 한 장은 그 남자의 어린 시절이라고 해야 할까, 열 살 전후로 추정되는 모습의 사진인데, 어린 꼬마가 여러 명의 여자들에게 둘러싸여(그들은 그 꼬마의 누나들, 여동생, 그리고 사촌들로 보인다) 정원에 있는 연못가에 거칠게 짠 하카마〔일본 남자들이 입는 주름 잡힌 바지〕를 입고 서서, 고개를 30도 정도 왼쪽으로 기울이고 보기 흉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다. 보기 흉하게? 하지만 약간 둔한 사람들(말하자면 아름다움과 추함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재밌다고도, 어떻다고도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한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저 “귀여운 아이네요” 하고 적당히 말할지 몰라도, 그 말이 그저 지나가는 인사치레로만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귀여운’ 구석이 이 꼬마의 웃는 얼굴에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이나마 아름답고 추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아이고, 이 아이는 참 기분 나쁜 얼굴이네” 하고 불쾌감을 내뱉고는 송충이라도 털어낼 때처럼 팔을 휘둘러, 그 사진을 뿌리쳐버릴지 모른다. 정말이지 이 꼬마의 웃는 얼굴은 자세히 보면 볼수록 왠지 모르게 음침한 느낌을 준다. 아무리 봐도 이건 웃는 얼굴이 아니다. 이 아이는 전혀 웃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양손 주먹을 꽉 움켜쥔 이 아이의 자세다. 인간이란 이렇게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서 웃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원숭이다. 원숭이의 웃는 모습이다. 단지 얼굴에 보기 흉한 주름을 잡고 있는 것이다. ‘잔뜩 찡그린 꼬마’ 라고도 할 만한 실로 묘한, 부정탄, 보는 사람의 기분을 꺼림칙하게 만드는 표정의 사진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이상한 표정을 가진 꼬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