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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난수(蘭秀)는 사랑스럽고 얌전하고 재조(才操) 있는 처녀라. 그 종형(從兄) 되는 문호(文浩)는 여러 종매(從妹)들을 다 사랑하는 중에도 특별히 난수를 사랑한다. 문호는 이제 18세 되는 시골 어느 중등정도학생(中等程度學生)인 청년이나, 그는 아직 청년이라고 부르기를 싫어하고 소년이라고 자칭한다. 그는 감정적이요, 다혈질인 재조 있는 소년으로 학교성적도 매양 1, 2호(號)를 다투었다. 그는 아직 여자라는 것을 모르고 그가 교제하는 여자는 오직 종매들과 기타 4, 5인 되는 족매(族妹)들이라. 그는 천성이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부친보다도 모친께, 숙부보다도 숙모께, 형제보다도 자매께 특별한 애정을 가진다. 그는 자기가 자유로 교제할 수 있는 모든 자매들을 다 사랑한다. 그 중에도 자기와 연치(年齒)가 상적(相適)하거나 혹 자기보다, 이하되는 매(妹)들을 더욱 사랑하고 그 중에도 그 종매 중에 하나인 난수를 더욱 사랑한다. 문호는 뉘 집에 가서 오래 앉았지 못하는 성급한 버릇이 있건마는 자매들과 같이 앉았으면 세월 가는 줄을 모른다. 그는 자매들에게 학교에서 들은 바, 또는 서적에서 읽은 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여 자매들을 웃기기를 좋아하고 자매들도 또한 문호를 왜 그런지 모르게 사랑한다. 그러므로 문호가 집에 온 줄을 알면 동중(洞中)의 자매들이 다 회집(會集)하고, 혹은 문호가 간 집 자매가 일동을 청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