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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산 둔포에 총소리가 통탕통탕 나더니, 장안 만호 상하삼판에 떼거지가 생겼는데, 남북촌 고가대족의 차례걸음으로 오던 육조판서, 각 영장 신병 이조 양관과중바닥이 나오되 친구의 세세 상전하던 역관ㆍ찰방ㆍ각궁 소차지서리 등속의 놀고 먹고 놀고 입던 밥자리가 나는 간다 너 잘있거라 하고 일조일석에 둥둥 떠나가니, 평일에 배운 것이라는 술 먹고 계집질하고 노름하기 뿐이요, 열 손가락에 물을 톡툭 튀기며 자손이 사시장철 내 호강이야 어디가랴, 장비야 내 배 다치지 마라하고, 이 세상이 나 하나를 위하여 생겼거니 하는 교만하고 가증한 생각이 똥구멍에서 목구멍까지 꼭 차서 지내던 위인들이 무너지지 마압소사 하는 이 지경을 당하니, 처음에는 부지불각에 따귀 맞은 것 같아서 다만 얼쩍지근할 뿐이지 어떤 영문인지 모르고, 이왕 도적질하여 장만하였던 전답마지기며 이왕 쓰고 남저지 전천ㆍ전백을 가지고 설마 이것 다 없어지기 전에 세상이 다시 무슨 변통이 되겠지 하는 어림 반 푼어치 없는 예산을 하고 조금도 규모없이 여전히 먹고 입고 지내니, 근원 없는 물이 얼마 있다 마르며 뿌리없는 나무가 며칠이나 살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