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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깍깍 하는 장독대 모퉁이 배나무에 앉아 우는 까치 소리에 깜짝 놀란 듯이 한 손으로 북을 들고 한 손으로 바디집을 잡은 대로 창 중간에나 내려간 볕을 보고 김씨는,"벌써 저녁때가 되었군!"하며 멀거니 가늘게 된 도투마리를 보더니, 말코를 끄르고 베틀에서 내려온다."아직도 열 자는 남았겠는데."하고 혼잣말로,"저녁이나 지어 먹고 또 짜지."하며 마루로 나온다. 마당에는 대한 찬바람이 뒷산에 쌓인 마른 눈가루를 날려다가 곱닿게 뿌려 놓았다. 김씨는 마루 끝에 서서 눈을 감고 공손히 치마 앞에 손을 읍하면서,"하느님, 우리 선생님을 도와 주시옵소서. 모든 도인을 도와 주시옵소서. 세월이 하도 분분하오니, 하느님께서 도와 주시옵소서. 선생님께서 이곳에 오신다 하오니, 아무 일이 없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어서 우리 무극대도가 천하에 퍼져서, 포덕천하, 광제창생, 보국안민하게 하여 주시옵소서."하고는 연하여 가는 목소리로,"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세 번을 외우더니, 번쩍 눈을 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