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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퇴계는 방대한 많은 저술들을 남겨 놓았다. 이제 국역 《퇴계집》을 냄에 있어서, 그 전부를 수록(收錄)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므로,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만을 추려서 가능한 한 쉬운 우리말로 옮겨 놓은 것이다.그러나, 그 광범한 여러 가지 저술들 중에서 특히 어느 것을 대표적인 것으로 가려 낼 것인가는, 보는 이의 입장을 따라 반드시 일치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요, 또 글의 뜻이 오묘(奧妙)한 것일수록 그에 알맞은 말을 찾아 번역한다는 것도 처음부터 완벽(完璧)을 기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제1집에 시(詩)와 서(書), 그 밖에 사상에 관한 논문 등이 전반에 걸쳐 거의 망라(網羅)되어 있다. 퇴계는 시를 좋아하여, 젊어서는 무척 청아(淸雅)하고 정한(靜閑)한 도연명(陶淵明) 투의 것을 즐겼으나, 차차로 보다 철학적인 장중(莊重)하고 간담(簡淡)한 깊이와 체를 갖추어 스스로 일가(一家)를 이루었다.그러나, 퇴계의 학적 태도와 인간성이 여러 모로 잘 드러나 있는 것은, 무어니 무어니 하여도 문인(門人)들에게 준 글만한 것이 없다. 그것은 간단히 용건이나 적어 보내는 따위의 편지와는 달라 그대로 훌륭한 문학 작품이요, 어떤 것은 진지한 철학적 논문이다. 간곡하고도 친절을 다한 표현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화한 분위기 속에 자연 심금을 울리게 한다. 그 중에서도 기고봉(奇高峯)과의 사단칠정(四端七情)에 관한 왕복서(往復書) 같은 것은, 당시의 학자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또 끈기 있게 진리 탐구를 위하여 정진하였는가를 알려 주는 좋은 글들이다. 퇴계의 학풍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