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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상대방과 전쟁 중일 때, 자신의 내부에 일어날 수 있는 와해 세력에 대비해야만 온전한 승리를 얻는다. 대들보를 빼어 기둥을 바꾼 후 스스로 무너지게 하라 투량환주란 집의 대들보를 받치고 있는 기둥을 몰래 바꾼다는 것이다. 대들보를 받치고 있는 기둥은 바로 사물의 급조이자 핵심이다. 즉 계책을 세우고 실행할 때 우선 상대의 핵심과 급소가 어디인지 고려하라는 계략이다. 이 계략은 반드시 상대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사용하여야 한다. 상대에게 발각되는 즉시 계략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진시황은 다섯 번째 동순(東巡) 중 사구에서 병사했다. 조구와 호해 그리고 이사는 밀모하여 유조를 고쳐 호해를 태자에 세우고 태자였던 부소와 대장 몽염에게 죽음을 내린다. 이들은 진상을 숨기기 위하여 진시황의 죽음을 알리지 않고 시신의 부패한 냄새를 없애기 위하여 썩은 생선으로 진시황의 와거(臥車) 주위를 감싸고 위기를 모리(謀利)의 기회로 바꾼다. 무소불위의 진시황도 소인 조고 앞에서는 너무나 취약하고 보잘 것 없었다. 소인 조고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조서를 몰래 바꾸어 태자와 승상, 장군, 황실 사람들을 주살했다. 소인의 출수(出手)에 천추만세의 진시황 제업(帝業)이 허물어진 것은 남을 탓할 일이 아니었다. 대 독재자의 신변에는 반드시 대 소인이 있어 서로 공생(共生)하는 것이다. 투량환주, 이것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얼굴을 뜯어고치는 일이며, 사업에 비유한다면 부뚜막과 가마를 다시 세우는 일이며, 정부에 비유한다면 과단성 있고 박력 있게 정책을 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모두 대담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어 원 : 頻更其陣, 抽其勁旅, 待其自敗, 而後乘之, 曳其輪也. 적으로 하여금 진지를 자주 바꾸게 하고, 적의 정예 주력을 추려 내게 하여 그들이 스스로 패하기를 기다린 뒤에 그 틈을 타서 승리를 얻어 온다. 이것은 마치 수레의 바퀴를 고여서 수레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과 같다. 양강(兩强)이 대진(對陣)하고 있을 때 적으로 하여금 부단히 진세를 바꾸도록 유인하거나 정예주력을 이동하게 하여 방어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도록 유도한 후, 치명적인 일격을 가해야 한다. 만약 우군과 함께 작전을 펼친다면 열진(列陳)을 빈번하게 바꾸도록 하는 수법으로 우군의 혼란을 조성하고 암중 아군의 진지를 이동하여 주력을 우군의 열진에 넣어 량주(樑柱)를 대신하게 한다. 이렇게 이화접목(移花接木)이 성공하면 우군의 열진이 와해될 수 있을 것이며 아군은 우군의 주력을 삼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병탄(倂呑)은 습격에 있어 상상지책(上上策)이 되는 것이다. 투량환주는 원래 걸(桀), 주(紂)의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하의 걸과 상의 주 두 폭군은 힘이 대단하여 구우(九牛)를 거꾸로 끌고 대들보와 기둥을 번쩍 들어 바꿀 수 있다고 하여 처음엔 대단한 능력을 의미하였으나 후에 ‘이가난진(以假亂眞)’의 의미로 변하여 암중 사물의 성질이나 내용을 바꾸어 이익을 도모한다는 뜻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