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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나는 완전한 번역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햄릿〉 의 왕자는 사랑하는 오필리어에게 “수녀원으로 가라!”(Get thee to a nunnery!) 고 말한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수녀원’은 ‘매춘굴’의 이중적인 의미가 있었다. 우리말에는 이런 이중적 의미가 없는 것이다. “How sweet the moonlight sleeps upon this bank” 라고 할 때 ‘sweet’와 ‘sleeps’의 음의 유사성을 어떻게 우리말로 옮길 수 있는가. 진정한 시의 번역은 의미의 전달만이 아니라, 사물의 리듬, 형태, 볼륨, 상징까지도 옮길 수 있어야 한다면, 셰익스피어 희곡의 시를 어떻게 우리말로 번역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는 어렵고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셰익스피어가 구사하는 “pun”(말장난)의 사용은 번역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명언집에서 본인이 시도한 것은 원어와 우리말을 병치해보자는 것이었다. 두 언어를 독자가 직접 비교해 보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원어가 지니고 있는 언어의 신선감, 창의성, 생명력을 직접 맛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일은 셰익스피어의 영어가 얼마나 번역하기 어려운가, 그렇기 때문에 또한 얼마나 할만한 일인가 하는 것을 독자들이 직접 체험해 주기 바라서이다. 나는 독자들에게 스스로 명배우가 된 것처럼, 원어를 소리내어 읽어보고, 우리말로도 소리내어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셰익스피어 시대와 우리 사이에 가로놓인 언어, 사상, 습관의 장벽은 그러나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 수많은 셰익스피어 연구서, 번역물, 공연들은 이 일에 도움을 준다. 독자들은 여러 텍스트의 주석이나 해설서를 통해 그 장벽을 넘을 수 있다. 독자들이 셰익스피어 시대의 어휘나 어법의 사용을 터득하고, 공연상의 인습을 이해하면 셰익스피어를 우리들의 동시대인이 되도록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우리가 그의 언어를 대할 때 유의해야 하는 일은 그의 언어가 지니고 있는 의미의 다양성과 복합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