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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보석처럼 빛나는 삶의 언어 갱물, 아홉무날, 무쉬날, 두무날, 되진바람, 푸신바람, 갯티, 굴구적, 게통배, 조새, 돌중게, 박하지, 선새미, 깐팽이, 팔랭이 등등. 이 시집은 작은 어업사전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바다 그물에서 막 건져올린 싱싱한 우리말이 팔딱팔딱 살아 숨쉬고 있다. 또한 섬사람들의 생활에 아로새긴 무늬로 빛나는 지명들이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먹염, 어루뿌리, 어루너머, 호망너머, 긴뿌리, 까마개, 동막, 굴업도, 이작도, 새섬, 할미염뿌리, 당섬, 소야도 등등 섬사람들의 생활에 아로새긴 무늬로 빛나는 지명들이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바다에 오면 처음과 만난다 그 길은 춥다 바닷물에 씻긴 따개비와 같이 춥다 패이고 일렁이는 것들 숨죽인 것들 사라지는 것들 우주의 먼 곳에서는 지금 눈이 내리고 내 얼굴은 파리하다 손등에 내리는 눈과 같이 뜨겁게 타다 사라지는 것들을 본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 사이 여기까지 온 길이 생간처럼 뜨겁다 햇살이 머문 자리 괭이갈매기 한 마리 뜨겁게 눈을 쪼아 먹는다(?먹염바다] 전문) 시인의 출생지인 문갑도 가까이 묵도(墨島)란 이름의 무인도가 있다. 어부들은 바위로 된 작은 섬을 사람이 사는 섬과 구분하여 ‘염’이라 부르는데, 이 시집의 표제로 쓰인 ‘먹염’은 바로 묵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시인은 유년의 기억을 되살려 이 고향 앞바다를, 끝없는 이야기들을 머금은 채 침묵하는 먹염바다를 우리 시의 영토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