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이재무 씨의 이번 첫산문집《생의 변방에서》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충남 부여 금강 지류에 터잡은 작은 산간 마을에 얽힌 유년의 추억담과 이후 고향을 떠나 유랑과 모종의 생을 전전하며 겪은 삶의 비애와 애환을 서정성 짙은 문체로 담아내고 있어 독자의 가슴을 애틋하게 적셔준다. 특히 이 책은 40대 전후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근대 이전과 이후의 삶의 풍속도와 추억의 사진첩이 반짝이는 시적 문제로 펼쳐지고 있어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으며, 생의 비루함과 근친(어머니와 동생)의 죽음을 밝히고 있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자아내고, 악동의 해학과 재치가 그려진 대목에서는 불쑥 웃음을 던져주기도 한다.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총 32편의 산문으로 묶여진 이번 산문집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부 ‘괜찮다, 괜찮다, 아직은 괜찮다’에는 시인 내면의 은밀한 자기고백으로 40대 전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근대 이전과 이후의 삶의 풍속도가 반짝이는 서정의 문체로 펼쳐져 있다.「자연의 숨결」에서는 유년시절 고향 마을의 추억과 궁핍한 삶 속에서도 자연의 숨결을 밑천삼아 살아온 삶의 이력을 엿볼 수 있고,「괜찮다, 괜찮다, 아직은 괜찮다」에서는 가난 때문에 약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마흔아홉의 나이로 타계한 시인의 모친과 서른살로 비명횡사한 연년생 동생에 얽힌 추억담이 우리의 눈시울을 적신다. 특히 표제작인「생의 변방에서」는 현대사의 혼란과 가난을 온몸으로 겪은 58년 개띠생 문인의 자기고백의 글이다. 저자는 58년생인 박지만 씨(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에 대해 따뜻한 동지적 시선을 보내면서 저자 나름의 청춘의 성장사, 그리고 문단 데뷔 후 서울에서 겪은 유랑과 모종의 아픈 흔적을 살피고 있다.「구절리에서 만난 싸리나무꽃 향기」「팽나무에 얽힌 이야기」「상수리나무」「위대했던, 그날의 저녁식사」등은 가난하고 초라한 유년의 삶에 정신적 버팀목으로 작용한 싸리나무, 팽나무, 상수리나무 등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생의 구비를 돌아보고 잃어버린 공동체의 회복을 열망한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서 대자연과 인간의 혼연일체를 꿈꾼 이재무 시인의 시적 탄생의 비밀까지 엿볼 수 있다. 제2부 ‘북한산에 올라’에는 ‘생활의 발견’과 ‘대자연과의 교감’을 담아낸 글들로 묶여 있다.자동차 소음의 폭력 속에서 겪은 일상을 다룬「폭주족 유감」, 독감을 된통 앓으며 체득한 생의 여유와 용서의 마음을 담아낸「독감」, 아내의 병간호를 통해 아내의 입장에서 살펴본 일상과 ‘9·11’ 테러의 교훈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살핀「역지사지」, 그리고「북한산에 올라」「만물은 소멸로 마감하지 않는다」「단풍에 관한 단상」등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 하나에도 우주와 신의 섭리가 담겨 있음을 발견하는 대자연과의 친화와 교감의 세계를 보여준다.제3부 ‘풀잎은 우주다’에는 이재무 시인의 문학적 배경과 시적 화두, 작금 한국 시단의 문제점을 통렬히 지적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백척간두의 생의 정점에서 만난 신경림 시인의「갈대」에 얽힌 비화를 다룬「늪에서 건져올린 구원의 시」, 한때 그가 몸담고 산 수원시 율전동(밤밭골)에서의 아름다웠던 추억이 담긴「시여, 내게 침을 뱉어라」, 자연과 우주가 띄우는 송신의 참말씀을 시로 옮기는 게 자신의 시적 임무임을 피력한「풀잎은 우주다」, 그리고「늦은 밤의 단상」「시의 신뢰회복을 위해」에서는 최근 한국 시단의 문제점과 병폐를 통렬히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16년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작가 현기영(현, 문예진흥원장) 선생과의 망년우(忘年友)로서 교유 관계의 내력과 그 문학세계를 조망한 글(「작가에게 띄우는 편지」)도 우리의 눈길을 잡아끈다.제4부 ‘우리시대의 민족시인, 신경림’은 문학적 사제지간이자, 각별한 친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저자가 쓴 신경림 시인에 대한 최초의 평전이다.신경림 시인의 출생과 집안 내력에서부터 초중고, 상경후 궁핍한 대학 시절, 하향과 서울로의 재입성, 이후 한국현대사의 파란과 질곡 속에서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따라 올곧은 삶을 살아옴으로써 한국의 대표시인으로 우뚝선 신경림 시인에 대한 숨겨진 일화와 문단사의 비화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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