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이 책은 한국과 버마 시인들의 첫 앤솔러지라는 점에서, 그리고 서로에게 타자로 존재해 왔던 한국과 버마 시인의 소통과 교류의 장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2006년 발족하여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 회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시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버마 시들은 총 34편인데, 그 중 32편은 미국에 거주하는 망명시인 마웅 스완 이(Maung Swam Yiy ) 가 버마 현대 시단에서 주목해야 할 시 가운데에서 선정했으며, 나머지 2편은 한국에서 버마 민주화 운동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젊은 시인인 민 카익(Tayar Min Knite)과 양 나잉툰(Yan Naing Htun)이 직접 써 보낸 작품이다.이 책에 수록된 버마 시에는 버마인들의 소박한 생활양식이나 무욕한 삶의 흔적이 담겨져 있으며, 풍부하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길러졌을 법한 심성과 인간에 대한 신뢰가 살아있다. 가혹한 정치적 탄압과 검열 속에서도 최소한의 진실을 지키고자 고투하는 버마 시인들의 영혼의 언어에서는 어느새 우리나라 시인들이 잃어버린 이웃과 타자에 대한 연민과 연대의식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버마 역시 우리처럼 컴퓨터나 경제서적 등 이른바 실용서적들이 문학책들보다 잘 팔리는 시대적 환경에 놓여 있지만, 그 속에서도 버마 시인들은 공통적으로 간결하면서 소박한 삶의 진실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검열과 직접적인 탄압 속에서도 모두가 행복하고 기뻐할 수 있는 삶의 모색과 세상에 대한 희망이 투사된 버마 시들을 이번 시집에서 만날 수 있다.이번 시집에 실린 한국 시인의 시는 30편이다.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이란 공동체에 속해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결코 한결 같지 않음을 이번 시집을 통해 알 수 있다. 각자의 개성적인 언어와 리듬으로 불협화음의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강한 어조로 버마 민주화 및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독재정치를 비판하는 시가 있는가 하면, 좀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담아낸 시들도 있다. 또한 버마의 현 상황이 과거 우리의 시대적 현실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과거 우리 역사를 노래한 시로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고자 하는 시도 있다. 이러한 시 외에도 국내의 다양한 사회 문제, 개인의 아픔과 절망을 절제된 언어로 승화시킨 시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들 시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집단이든 개인이든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므로 끊임없이 타자와의 소통을 열망하고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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