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삼국시대의 비밀은 비밀로 남아 있는 그 자체가 역사이다. 고구려·신라·백제 순으로 나라가 건국되고 삼국의 정립시대가 열리는데, 그 건국과 관련해서 많은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 우선 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 자체가 수수께끼 인물로 남아 신화가 되었다. 또한 고주몽의 난생설화卵生說話는 신라 건국의 시조 박혁거세의 난생설화와 계통이 같아 우리 민족의 계통이 같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또 유화부인의 입술설화와 신라의 알영설화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이러한 설화의 수수께끼는 혁거세의 김씨설, 백제를 건국한 온조의 탄생 비밀, 백제의 비류백제·외백제·십제백제의 상호관계 등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한 고증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도읍지와 관련해서도 역시 여러 가지 설이 무성하다. 고구려가 중국대륙에서 건국된 것은 명확히 고증이 되었지만, 신라와 백제는 대륙 건국설과 한반도 건국설로 양립되어 있다. 게다가 옮긴 도읍지도 명확하지 않다. 삼국시대의 역사에 대한 연구는 제도권 학자보다는 재야 사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고증이 불충분하고 국수주의에 기울어 다분히 주관적인 해석이 지나친 점이 있다. 예를 들어 경주의 그 많은 왕릉이 중원에서 경주로 옮겨졌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제도권 학자들은 발굴에만 의존하여 사서史書의 기록조차 잘 믿으려 하지 않는 편협에 빠져 삼국시대사 연구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자는 10년 전에 《이야기 한국 고대사》(청아출판)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때 언제인가는 다시 삼국시대사를 나름대로 정리해보려고 마음먹었다. 그 결실이 이번에 내놓는 이 책자이다. 삼국시대의 정사와 야사로 대변되는 책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이다. 이 책을 정사와 야사로 구분짓기에는 애매한 면이 많다. 다만 《삼국사기》는 고려 조정에서 《삼국유사》는 개인이 편찬했기에 굳이 구분해보자면 정사와 야사로 나눌 수 있는 차이뿐이다. 정사와 야사 할 것 없이 신화·전설의 기록이 많고, 불교문화 위주의 기술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신화·전설·불교문화는 《삼국사기》에 구애받지 않고 취사선택하여 야사적 기사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문제는 정사에 접근했다. 가령 ‘고구려 주도의 삼국통일이 되지 않은 까닭’, ‘처용의 실제 인물설’, ‘통일신라시대인가 남북국시대인가’, ‘왜 가야를 포함한 4국시대가 아니고 3국시대인가’ 등등 의문점을 필자 나름대로 분석해보았다. 이런 점은 정사적 접근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의 동북공정론이 심상치 않다. 그들은 아직도 중화사상에 머물러 있고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오만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의 역사, 즉 삼국시대사다. 삼국의 역사를 한 가지라도 더 알아 민족 자긍심을 길러야만 중국의 ‘동북공정론’에 당당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들이 우리의 역사적인 안목을 기를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의 삼국시대사는 사서가 고증이 안 된 부분이 많아 재미가 있다. 재미를 붙이다보면 고증에 눈을 돌릴 수 있고 스스로 역사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은 것이다. 머리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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