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아름다운 자연은 아름다운 사람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그림의 재료가 되고, 시의 제목이 되고, 기타 온갖 예술과 로맨스의 어머니가 되니, 금수강산으로 조선 안에 이름 높은 평양성은 꽃핀 아침 달 밝은 밤 사랑에서 사랑으로 헤매는 청춘남녀 사이에 짜내는 붉은 눈물과 푸른 노래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염화(艶話)(염정 이야기)와 정사가 생겨났겠는가 아름다운 자연을 무대의 배경으로 삼아 끊임없이 일어나는 로맨스는 현재뿐만 아니라 장래에도 아마 대동강 물의 흐르는 동안에는 애타고 눈물겨운 별별 희비극이 연출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있어서 예술상에 나타난 로맨스로 말하면 지금부터 2천여 년 전 낙랑(樂浪)(평양)에서 살던 일류 예술가 여옥으로 말미암아 전하게 된 공후인이란 악가(樂歌)이다(공후인은 조調와 같은 것이니 공후인은 곳 공후조調란 말임) 여옥은 이름과 같이 어여쁜 용모를 가졌던 듯하고 공후는 오늘날 거문고 비슷한 악기이니 아마 대동강가의 고요한 달밤이면 이런 희대의 고려인이 이 공후를 울리며 노래를 처량하게 불러 많은 사람들을 뇌쇄하던 모양이다 그런데 공후라는 악기는 옛날에는 많이 있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아주 그것이 없어지고 말았다 물론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그림 같은 곳에는 남아있고 다만 실물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실물도 내양(奈良) 정창원(正倉院)에 하나가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이로 보면 공후가 대지상에서 그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그는 어쨌든지 당시 여옥가 울리던 악곡은 희곡(喜曲)이 아니며 비곡(悲曲)이었는데, 그의 유래와 그 전파 경로를 고찰하면 더욱 흥미를 자아내게 된다 그러면 그 비곡이 어찌해서 발생하고 어떻게 유행하였는가 하면 작자 여옥의 남편인 곽리자고라는 사람이 어느 날 새벽에 대동강가에 배를 타려고 나아갔더니 머리가 하얗게 센 늙은이가 미친 듯이 머리를 풀어 헤친 채로 술병을 들고 강 가운데로 텀벙텀벙 뛰어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온 그의 아내가 소리를 지르며 그를 붙잡으려고 애를 썼다 마침내 붙들지 못하고 늙은이는 그만 불에 빠져 죽었으므로 아내가 너무나 기가 막혀 통곡하는 대신으로 공후를 둥둥 울리며 “어이아”하고 노래를 부르더니 그 노래를 마치자 곧 그 죽은 남편의 뒤를 따라 대동강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야말로 인생의 눈물겨운 일장의 비극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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