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그의 어깨는 항상 처져 있었다. 숨 쉬는 것, 살아 있는 것, 걸어 다니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졌다. 처음부터였다. 모든 순간이 괴로움의 연속이었던 것은…. 고개를 푹 숙이고 모자를 눌러쓰면 온전한 그의 모습이 되었다.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 순간이 그의 얼굴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흔하디흔한 아버지의 주사와 폭력쯤은 매일 흘러내리는 어머니의 눈물 앞에서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 스스로가 선택한 결혼생활이었고 잘라낼 수 있음에도 썩은 동아줄을 자르지 못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였다. 장난감과 놀기보다 숨바꼭질하듯 아버지를 피해 숨는 일이 더 많았던 세월 속, 학교생활조차 온전할 리 없었다. 매일 반복되는 폭행과 차별 속에서 본인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자살시도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매일 자신을 죽이며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싶었다. 살인. 그가 상상 속에서만 꿈꿔오던 판타지였을 뿐, 그에게는 마치 맨몸으로 하늘을 나는 무모한 일인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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