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지난 4월, 오랜만에 대학로에 갔었다. 전쟁을 반대하는 세계 반전의 날, 한국의 젊은이들도 거리로 나왔다. 70년대 80년대 내내 그 거리에 있었다. 독재타도, 민주주의 쟁취였다. 노동자들의 인간 선언이었다. ''파업''의 작가 안재성도 그곳에 있었다. 태백의 탄광을 거쳐 구로공단의 노동자였다. 그가 그 칙칙한 작업복의 세계에서 길어 올렸던 빛나던 문체를 잊지 못한다. 그가 10여 년에 이르는 긴 글 태업을 마치고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태업이라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급변의 90년대. 하지만 그가 들고 온 이야기는 어떤 후일담도, 자조도 아닌 미안해요. 베트남이라는 부끄러운 고백이다. 한 치의 감정이입도 허용치 않고 그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지난 100여 년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까닭도 없이 스러져가야 했던 젊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어떻게 그런 평정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유장하고 미려한 소설의 강물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보여주기까지 그가 겪어야 했을 고통의 시간들이 마치 좋은 향내음처럼 지금 내 코 끝을 스친다. - 이경자(소설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