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그날 아침 주인집 살살이가 아그르르 짖어대는 소리에 이어 떨국! 하며 철대문 나자빠지는 소리가 나고서도 아무 기척이 없다가 한참만에야 「배일도씨 기십니껴」 하는 어릿어릿한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난데없이 그 고양이상의 배서방 애인 얼굴이 번쩍 떠오른 건 훗날 생각해 보아도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쿠나 이거 야단났구나 싶어 심장이 퉁 내려앉을 지경이었는데, 글쎄 그 사내 목소리를 듣는 찰나 엉덩이가 들썩할 이만큼 깜짝 놀랐다는 건 아마도 내 잠재의식 속에 그 즈음의 배서방네 일이 돈독하게 또아리를 틀고 들어앉아 있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방금 전 밥상머리에서 아내와 더불어 그 집 얘기를 입에 올린 데다가, 배서방의 간밤 외박문제로 하여 아내가 마침 바로 그 시각에 그 방으로 건너가 지금 한창 머리 맞대고 새댁과 심각한 상담(相談)을 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일는지.지하실방 유리봉창을 잡아젖히니 거기 개집 바로 앞에 방금 전의 목소리와 아주 걸맞는 후줄그레한 웬 사내 하나가 눈알을 뚜릿거리며 서 있었다. 악살맞게 짖어대던 살살이가 나와 눈을 마주치자 궁둥이 밑으로 꼬리를 말아넣으며 발발 떠는 시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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