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1990년 12월 31일, 밤 l1시 45분, 홍콩.」당미정(唐美靜)은 으슥한 길가에 재빨리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있는 왕은지(王恩智)를 억세게 끌어안더니 미친 듯그녀의 입술을 빨아대기 시작했다.바로 그 순간이었다. 은지가 그녀의 앞가슴을 밀어제치며 입을 열어 허공에 뻐끔댄 것은.(저 사람들…… 지금 누군가를 납치해다 죽이려 하고 있어요.) 은지는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음성이 미정의 귀에 들려오지 않은 것은 은지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농아자였기때문이다."어디서? 누가?"미정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은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때 은지의 시선은 길 건너 횡단보도 옆 가로등 밑을 향해 뻔히 굳어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는 두툼한 파카 차림의 꺽다리와 땅딸보 사내 둘이 잔뜩굳은 얼굴로 마주선 채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사내들의 음성은 여기까지 들려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지가 그들의 대화내용을 도청(?)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 자신이 고도로 숙달된 립리딩(Lip Reading)을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립리딩, 즉 독순술 상대방의 입술 움직임을 눈으로 읽어 그 말뜻을 이해하는 방법으로써 수화와 더불어 농아가들의 중요한 의사 교환방법가운데 하나다."분명 사람을 납치해다 죽인다고 했단 말이지?"미정의 다짐에 은지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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