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그해 가을 어느 날의 일이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무겁게 내리덮여 온종일 흐리고 어둡고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나는 홀로 하루 종일 말을 달려 이상하게도 황량한 시골길을 지나,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에야 겨우 음침한 어셔 저택이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저택을 한 번 바라본 순간부터 견딜 수 없는 침울한 기분이 내 마음 속에 스며들었다. 견딜 수 없다고 한 것은 그 침울함의 정도가, 황량하고 무서운 자연의 경치라도 늘 시적이며 얼마쯤 유쾌하게 받아들여지는 여느 때 감정으로도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나는 내 앞에 펼쳐진 경치를―― 다만 한 채의 저택과 그 언저리의 보잘것없는 풍경, 황폐한 담, 멍하니 크게 뜬 눈처럼 보이는 창, 몇 줄의 사초더미, 몇몇 썩은 나무의 흰 줄기들을――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침울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그때의 내 기분은 마치 아편 중독자가 아편 기운이 사라졌을 때 느끼는 달콤한 꿈이 깨지는 듯한 기분 ―― 현실로 또다시 돌아올 때 느끼는 비통한 타락의 느낌, 지붕을 덮은 장막이 머리 위로 무시무시하게 떨어질 때의 절망감, 그것 말고는 이 세상의 어떤 감정에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마음 속이 얼음처럼 싸늘해지고 기운이 쭈욱 빠지며 속이 메스꺼워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아무리 강렬한 상상력을 펼쳐도 도저히 밝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견딜 수 없는 적막감이었다.나는 숨을 돌리며 생각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