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오월의 안동(安東) 경상도 하늘은 왜청빛으로 끝없이 개이어 깨끗한 창공을 맥없이 배회하는 구름장 하나 찾아낼 수 없다. 북으로 영남산이 우두커니 솟아 그 허리 중턱에는 만개한 복사꽃이 드문드문 늘어서서 누구를 부르는지 연지 입술을 바른 듯한데 남으로 흘러 서로 휘어드는 낙동강에 남강이 합수되어 영호루(暎湖樓) 옛 집을 쳐다본 듯 안 둔 다시 남으로 흐르려고 서악사(西岳寺) 저편에서 허리를 두른다. 김상인(金相仁)은 어제야 비로소 여장을 풀어놓고 처음으로 동료인 이종수(李鍾秀)와 은행 집무를 끝마치고 영호루와 서악 부근의 이름난 고적도 찾을 겸 오월 하늘에 가득한 향내 도는 바람도 마시고 시원히 흐르는 강물에서 자동차 바람에 마신 티끌도 떨려니와 눈으로 보기만 하여도 살 속으로 스며드는 청렬한 기운을 쏘여 보기로 하였다. 영호루에 올랐다. 다 떨어지는 판대기라도 오히려 옛날의 영화를 자랑하는 듯 가장자리 이지러지고 쪽이 떴으며 글자가 시치인 헌액들을 쳐다 볼 때 그는 끝없이 그윽한 옛날 일을 추억하며 지금 거기 선 사람의 감개무량함을 속 깊이 느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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