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쏴 - 하는 소리에 또 물인가 보다 하고 정희(貞姬)는, 얼른 차창밖을 내어다본다. 이번은 물이 아니다. 싱그러운 풀내를 번개같이 획 끼얹고 달아나는 아카시아의 녹음, 그 속에서 나는 매미들 소리요 쓰르레미들의 소리였다. "어쩌문 사뭇 물소리 같어?" "그러게…물소리만 못하지 않게 시원하지? 아무튼 여름 여행은 경원선이 제일이야 그 중에도 여기서부텀은…." 한참이나 잡지만 뒤적거리던 동옥(東玉)이도 다시 창틀에 한편 팔을 얹으며 지금 마악 세포(洗浦)를 지나는 광막한 처녀지 그대로의 풀밭을 내어다본다. 비는 여기도 아침까지 내린 듯하다. 벌써 오정이 지난 지 오래인데도 어떤 풀포기에는 굵은 보석 같은 것이 번쩍이고 있다. 그리고 비에 씻긴 것은 땅위의 것만 아닌 듯, 하늘에도 표백된 탈지면 같은 눈부신 구름송이가 떤 것은 꽃봉오리처럼, 어떤 것은 산봉오리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얘, 저 구름! 꽤는 하얗지?" 이번에는 동옥이가 그 구름 빛만 못하지 않은 잇속을 보이며 감탄한다. "참 꽤 희다. 그렇지만 구름은 바다에 뜬 걸 봐야…… 파랗다 못해 새까만 바다 위에 뜬걸 보면 너 여간 흰 줄 아니?" "그래두 저것도 좀 희냐? 저렇게 흰 백합화가 이 푸른 벌판에 한 벌판 가득 폈다면……." "넌 백합화가 좋으니?" "그럼! 넌?" "난 백합환 너무 점잖어 싫더라 꽃은 빛부터 좀 이뻐야지 뭐." "흰빛은 이쁘지 않나? 꽃이라도 백합은 이상(理想)이 있어 뵈지 않어? 향기서껀…" "오 - 라! 너두 인젠 알었다 알었어." 하면서 정희는 갑자기 이쪽을 향해 시울이 약간 부성부성한 눈을 실룩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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