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혼잡한 밤 정거장의 잡도를 피하여 남과 뒤떨어져서 봉천행 삼등차표를 산 그는 깊숙이 모자 밑 검은 안경 속으로 주위를 은근히 휘돌아보더니 대합실로 향하였다. 중국복에 싸인 청년의 기상은 오직 늠름하였다. 조심스럽게 대합실 안을 살펴보면서 그는 한 편 구석 벤치 위에 가서 걸터앉았다. 찻시간을 앞둔 밤의 대합실은 물 끓듯 끓었다. 담화, 환조, 훈기, 불안한 기색, 서마서마한 동요, 영원한 경영, 엄숙한 생활에 움직이고 움직였다. 그 혼잡의 사이를 뚫고 괴상한 눈이 무수히 반짝였다. 시골뜨기같이 차린 친구─희조한 도리우찌, 어색한 양복저고리 짧고 깡또한 바지 어디서 주워 모았는지 너절한 후까 고무 게다가 값싼 금테 안경으로 단장한 그들의 눈은 불유쾌하리만치 날카롭게 빛났다. 영리한 그에게 이 어색하게 분장한 「시골뜨기」쯤야 감히 두려울 바가 아니었지만 피로를 모르고 새롭게 빛나는 그들의 눈은 몹시도 불유쾌하고 귀치않은 존재였다. 그것은 길을 막고 계획을 부수려고 노리는 무서운 독사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생활과는 뗄 라야 뗄 수 없는 고맙지도 않은 존재였다. 그만큼 그의 전생활은 말하자면 초조와 불안의 연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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