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아파아트 청운장 이층 방에서 박능보는 이른 저녁의 한 때를 하는 일 없이 우두커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병원에서 조금 일찍이 사퇴하고 나왔다. 밤차로 도착한다는 일마의 전보를 받았던 까닭이다. 역으로 나갈 시간을 앞두고 잠시 명상을 잠기고 있었다. (불과 달포 동안에 사람의 운명이 그렇게두 변하나?) 동무 일마의 그동안의 운명의 변화에 놀라고 있었다. 시험관 속의 액체의 변화같이 삽시간에 놀라운 변화를 한 것이다. 두 번이나 행운을 맞추고, 그 위에 사랑조차 얻어 가지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오려는 것이다.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그런 행운을 찾으러 떠났던 길 같다. 떠날 때와 돌아오는 때의 신세가 얼마나 엄청나게 다른가. 밤낮으로 보고 어울리고 하던 친한 사이이므로 그 변화는 더욱 신기하게 여겨졌다. (자기는 그동안에 무얼 하구 있었던가?) 육체의 애꿎은 신진대사가 있었고 변치 않는 나날의 일과가 있었을 뿐이다. 하나 하나의 세포가 달포 전과는 다른 것으로 변했을는지 모르나 생활에는 아무 변화도 없다. 방안 책시렁에 책 한 권 늘지 않았고, 책상 위 현미경은 먼지를 보얗게 쓰고 있을 뿐이다. 사랑하는 은파와의 관계도 미적지근한 그대로 조금의 발전도 없다. 속히 개업이나 하고, 두 사람만의 조그만 가정을 가지자고 지금은 벌써 농이 아니라, 진정으로 은파가 조르는 것이나, 아직 개업할 성산은 아득하다━━아무 변화도 없는 것이다. 무료한 답보가 있을 뿐이다. 변한 것은 일마뿐이다. 일마만이 운명을 갈고 행운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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