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나─한 사람의 마르크시스트라고 자칭한들 그다지 실언을 아니겠지.─그리고 마르크시스트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으렷다.) 중얼거리며 몸을 트는 바람에 새까맣게 끄스른 낡은 등의자가 삐걱삐걱 울렸다. 난마같이 어지러운 허벅숭이 밑에서는 윤택을 잃은 두 눈이 초점 없는 흐릿한 시선을 맞은편 벽 위에 던졌다. 윤택은 없을망정 그의 두 눈이 어둠침침한 방안에서─실로 어두침침하므로─부엉이의 눈 같은 괴상한 광채를 띠었다. 「그러지 말라」는 「죽지 말라」의 대명사였다. 가련한 마르크시스트 주화는 밤낮 이틀 동안 어두운 방에 들어 박혀 죽음의 생각에 잠겨 왔다. 그가 자살을 생각한 것은 오래되었으나 며칠 전부터 그것을 강렬한 매력을 가지고 그의 마음을 전부 차지하였던 것이다. 그는 진정으로 자살을 꾀하였다. 첫째 그는 자살의 정당성을 이론화시키려고 애쓰고 다음에 그 방법을 강구하고 그리고 가지가지의 자살의 광경을 머릿속에 그렸다. 자살의 정당성의 이론화―삶의 부정과 죽음의 긍정―이것이 가장 난관이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으로 긍정을 하여 왔을망정 한 사람도 일찍이 밝혀보지 못한 「인류 문화 축적의 뜻과 목적」을 그는 생각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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