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세상에 기적이라는 게 있다면, 요 며칠 동안에 제 생활의 변화를 두구 한 말 같아요. 이 끔찍한 변화를 기적이라구 밖엔 뭐라구 하겠어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어딘지 먼 하늘에서나 흘러오는 듯 삼라만상과 구별되어 귓속에 스며든다. 준보는 고개를 돌리나 먹같은 어둠속에서는 그의 표정조차 분간할 수 없다. 얼굴이 달덩어리같이 훤하고 쌍꺼풀진 눈이 포도 알같이 맑은 것은 며칠 동안의 인상으로 그러려니 짐작할 뿐이다. 실과 사귄 지 불과 한 주일이 넘을락 말락 할 때다. 「그건 꼭 내가 하구 싶은 말요. 지금 신비 속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아요. 이런 날이 있을 줄을 생각이나 해봤겠수. 행복은 불행이 그렇듯 아무 예고두 없이 벼락으로 닥쳐오는 모양이죠. 」 「되래 걱정돼요. 불행이 뒤를 잇지 않을까 하는. - 그만큼 행복스러워요. 」 「행복이구 불행이구 사람의 뜻 하나에 달렸지 누가 무엇이 우리들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요. 사람의 의지같이 무서운 게 세상에 없는데. 」 「그 말이 제게 안심과 용기를 줘요. 웬일인지 자꾸만 겁이 났어요. 낮과 밤이 너무두 아름다워요. 모든 게 요새는 꼭 우리둘만을 위해서 마련돼 있는 것만 같구먼요. 」 방공연습이 시작된 지 여러 날이 거듭되어 밤이면 거리는 등화관제로 어둠속에 닫쳐졌다. 몇날의 밤의 소요를 계속하는 두 사람은 외딴 골목을 골라 걸으면서 단원들의 고함을 들을 때 마음의 거슬리는 것이 없지는 않았으나 평생의 중대한 시기에 서 있는 준보에게는 그 정도의 사생활의 특권쯤은 그다지 망발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하물며 낮 동안에 일터에서 백성으로서의 직책과 의무를 다 했다면야 그만큼의 밤의 시간은 자유로워도 좋을 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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