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3층인데다가 동쪽과 남쪽 벽이 넓은 유리창들이라 이 학교에선 제일 전망이 좋은 교실이다. 그래 2반 학생들은 그들의 처녀다운 감상성(感傷性)에서 저희 교실 이름을 ‘롱-뷰-(머언 전망)’이라고 지어 부른다. 5월달의 이 ‘롱-뷰-’는 항해(航海)하는 선실처럼 푸르다. 신록으로 성장(盛裝)하는 나뭇가지들의 어룽거림, 돌을 던지면 출렁 소리가 날 듯한 푸른 하늘, 한참 쳐다보기만 하면 어디서고 갈매기가 날아올 듯만싶다. “바다!” 가운데 줄에 앉은 고은심(高恩心), 입은 항상 새침하고 고요하나 어글어글한 눈은 쉬지 않고 타오르는 그의 정열의 촛불이 된다. 은심은 필기하던 펜을 잠깐 쉬고 머얼리 하늘을 내다보았다. 하늘빛에 물드는 그의 눈은 한층 더 윤택해지더니 만년필촉을 바투는 것이다. 그리고 옆에 아이에게 살며시 보인다. 옆에 아이도 이내 하늘을 내다본다. 또 그도 이내 펜 끝을 공책머리로 가져간다. “참 좋다날! 우리 오후엔 짜구 놀아버릴까?” “불량!” 서로 몰래 웃고 둘러본다. 둘러보다 은심은 앞 줄에 앉은 득주(得珠)가 잔뜩 수그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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