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안동(安東)이다. 태백(太白)의 영산(靈山)이 고개를 흔들고 꼬리를 쳐 굼실굼실 기어 내리다가 머리를 쳐들은 영남산(嶺南山)이 푸른 하늘 바깥에 떨어진 듯하고, 동으로는 일월산(日月山)이 이리 기고 저리 뒤쳐 무협산(巫峽山)에 공중을 바라보는 곳에 허공중천이 끊긴 듯한데, 남에는 동대(東臺)의 줄기 갈라산(葛蘿山)이 펴다 남은 병풍을 드리운 듯하다. 유유히 흐르는 물이 동에서 남으로 남에서 동으로 구부렸다 펼쳤다 영남과 무협을 반 가름하여 흐르니 낙동강(洛東江) 웃물이요, 주왕산(周王山) 검은 바위를 귀찮다는 듯이 뒤흔들며 갈라 앞을 스쳐 낙동강과 합수(合水)치니 남강(南江)이다. 옛말을 할 듯한 입 없는 영호루(暎湖樓)는 기름을 흘리는 듯한 정적 고요한 공기를 꿰뚫어 구름 바깥에 솟아 있어 낙강(洛江)이 돌고 남강이 뻗치는 곳에 푸른 비단 같은 물줄기를 허리에 감았으니, 늙은 창녀(娼女)의 기름 때 묻은 창백한 얼굴같이 옛날의 그윽한 핑크 색 정사(情史)를 눈물 흐르는 추회(追懷)의 웃음으로 듣는 듯할 뿐이다.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태화산(太華山)중록(中麓)에 말없이 앉아 있는 서악(西岳) 옛 절 처마 끝에는 채색 아지랭이 바람에 나풀대고 옥동(玉洞) 한절[大寺] 쓸쓸히 빈 집에는 휘-한 바람이 한문(閑門)을 스치는데 녹슨 종소리가 목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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