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재봉춘(再逢春)》은 어찌한 연고로 지었는가? 선남선녀(善男善女)의 사적을 기록코자 함인가? 아니오. 효제충신의 도리를 설명코자 함인가? 아니오. 《재봉춘》 한 편은 현대 사회의 형편을 비추는 거울이다. 품계만 높고 지위만 귀하나 심지(心地)와 행위가 지극히 비루한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지체만 천하고 계급만 낮으나 심지와 행위가 지극히 고상한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현금 세상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하며, 어떠한 대우를 하는지, 인정의리(人情義理)에 위배되는 바이 없으며 교제담화에 차이한 일이 없나, 천백만 인 중에 부귀를 놓고 의리를 취하는 사람이 있으면 《재봉춘》의 지은 뜻을 거의 짐작할 듯. 신해의 여름. 저자는 스스로 기록함 서울 남산 밑 쌍나뭇골 막바지에 오막살이 초가집 하나이 올연이 서 있는데, 오래 수리를 하지 못하여 장원(牆垣)이 모두 무너지고 지붕 위에는 잡풀이 무성하였으나, 천연(天然)의 경치는 가히 사진 한 장 박을 만하니, 집 뒤에는 수놓은 병풍과 같은 남산이 둘려 있고, 앞에는 경성(京城)의 시가가 눈 아래 깔리었으며, 집 주위에는 여러 가지 꽃이 만발하여 고운 빛을 자랑하는데, 호접은 꽃 속으로 날아다니며 춘색(春色)을 희롱하고, 황조는 나무 틈으로 왕래하며 벗을 불러 만물이 다 때를 만난듯 서로 즐기어 세상 사람에게 복됨을 자랑하는 것도 같으며, 조물주에게 봄 낸 것을 사례하는 것도 같은데, 홀연히 그 집으로서 열 대 여섯 살쯤 된 계집아이 하나이 나오더니 여러 가지 붉고 흰 꽃가지를 꺾어 가지고 견물생심으로 무슨 생각이 났던지 별안간에 두 눈에서 주옥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며 흑흑 느끼더니, 행주치맛자락으로 눈물을 씻으며 큰길로 쑥 나서서 죽동으로, 수표교를 건너 종로로, 황토현 큰길을 지나 광화문 뒤로돌아 바로 옥동으로 향하여 가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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