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미레이유 바랑의 얼굴을 나는 대여섯 장 째나 그리고 있었다. 결국 한 장도 만족스럽지는 않아서 새로운 목탄지를 내서는 또다시 그의 얼굴의 뎃상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내일부터 봉절 된 영화 《망향》의 석간 신문지 속에 넣을 조그만 광고지의 도안이었다. 별이 총총히 빛나는 하늘을 배경으로 바랑과 가방의 얼굴을 그리고, 그 속에 출연자의 스텝과 자극적인 광고문을 넣자는 고안이었으나 광고문은커녕 나는 바랑의 얼굴에서 그만 막혀버린 것이 좀체 운필이 뜻대로 되지는 않아 마음이 초조하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여배우 얼굴 하나 가지구 벌써 몇 시간을 잡아먹나. 얼른 끝을 내야 인쇄소에 넘겨 저녁때까지에 박아내지 않겠나.」 맞은편에 책상을 마주대고 앉은 동료는 나의 궁싯거리는 양이 보기 민망해서 기어코 자리를 일어선다. 「웬일인지 모르겠네. 그리다 그리다 이렇게 맥힐 법은 없어. 고 눈과 코가 종시 말을 들어야 말이지.」 동료는 등 뒤로 돌아오더니 어깨너머로 내 그림을 바라보며, 「자네 벌써 바랑과 연앤가?」 「연애라니?」 「암, 연애구 말구. 그렇게 망설이는 자네 마음이 심상치 않어.」 쓸데없는 말을 걸어온 까닭에 결국 망쳐버리고야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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