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8월 10일. 감격, 새로운 8?15의 첫돌이 며칠 남지 않았다. 거리거리에 솔문이 서고 광장마다 기념탑이 서고 군데군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옛 고구려의 서울은 여러 세기 만에 이 시민들의 진정에서의 성장을 해보나 보다. 대동강물은 그저 붉게 흐르나 비행장의 하늘은 여러 날 기다린 보람 있게 맑게 개어있었다. 우리를 실어갈 쌍발대형기의 나래 아래서 주둔 소련군사령장관 치스쨔꼬프대장은, 우리의 일로평안을 빌었고, 자기 나라에 가면 무엇보다 그동안 일본의 대소선전(對蘇宣傳)이 옳았는가 옳지 못하였는가를 보아 달라 하였다. 떠나며 보내는 굳은 악수와 조소친선(朝蘇親善)을 위해 높이 부르는 만세소리를 뒤로 남기고, 우리는 비기(飛機) 두 대에 분승, 영시 25분에 이륙하였다. 비행장에 둘러선 수백 인사의 환호는 푸로펠라 소리에 태극기와 적기(赤旗)를 휘두르는 모양들만 돋보기에 스치듯 어릿어릿 지나쳤다. 시선은 이내 수평이 소용없어진다. 솔개미의 신경으로 물상(物象)의 정수리만 내려 더듬어야 하니, 나는 이 눈선 수직풍경에 우선 당황해졌다. 처음 보는 대동강을 지나 모란봉(牡丹峯)도 한줌 흙만 한 것을 지나 큰 집이라야 골패짝 만큼씩한 시가가 한편 귀가 번쩍 들리며 회전한다. 평양에 익지 못한 나는 어디가 어디인지 한 군데 알아볼 수 없다. 강이 또 하나 나오더니 이번엔 비행장이 손바닥만 하다. 평양을 한 바퀴 돌은 것이었다. 조 좁은 비행장에서 어떻게 날렸나싶게 우리는 이미 고공에 떠있었다. 다시 모란봉 위를 지나서야 기수는 동북간을 향하고 그린 듯한 균형 자세를 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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