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씨-오-엔티-알-오-엘, 컨츄롤……」 순모(順慕)는 뾰족한 연필 끝으로 귀밑머리를 한 번 박작박작 긁었다. 내일 영어 시간의 예습이었다. 「맨 새루 나오는 단얼세- 언니이? 이 컨츄롤 찾어 봤수?」 「컨츄롤이 뭐냐? 난 너만 믿는다 얘……」 덕인(德仁)은 돌아다보지도 않고 또 요즘 새로 틀어 올리기 시작한 머리 쪽이 떨어져 매달리는 것도 모르고 무언지 골독하여 편지지에만 펜을 달리고 있었다. 「언닌 멀 그렇게 쓰우?」 「……」 덕인은 그제야 힐끗 순모를 한 번 돌아다만 보고는 저편의 눈이 자기의 편지지에 미치지 못하는 것만 안심되는 듯 잠자코 펜만 계속해 놀렸다. 「컨츄롤……」 순모는 이 단어도 단어 책에 적었다. 그리고 목침만한 영어사전을 열고 , ''컨츄롤''을 찾아냈다. 「관리? 제한? 구속?」 순모는 사전에 해설되어 있는 대로 세 가지 설명을 자기 단어 책에 옮겨 썼으나 역시 관리라는 말이나 제한이란 말이나 구속이란 말들이 다 그 뜻이 어정쩡하였다. 「언니이? 관리가 뭐유? 경찰은 아닐 테구…… 제한적인? 응?」 「뭔! 어서 자기나 해라 얘……」 하고 덕인은 보채는 아이에게 일거리를 잡은 어머니가 하듯 얼굴대신 등을 더 돌려대었다. 「내 못 쓰게 할 걸 좀! 무슨 편진지 아주 깨가 쏟아지는가불세.」 순모는 졸림이 쌍꺼풀에 가득 실렸던 눈을 통통한 손등으로 한 번 부비고 그 손으로 덕인의 등허리를 쿵-소리가 나게 울렸다. 「아유! 요것이!」 덕인은 좀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그제야 편지뚜껑을 덮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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