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간밤에 남풍이 슬슬 불더니 가는비가 부실부실 오는데. 분홍 적삼에 반물 베치마를 강둥하게 입고 그 위에 노랑 행주치마를 바싹 눌러 띤 계집아이가 머리에 지(紙) 삿갓을 쓰고 한 손에는 짚신을 벗어 들고, 또 한 손에는 여러 가지 화초 모종을 들고 삼청동 개천 언덕 위 남향 기와집으로 들어가 건넌방 뒤곁으로 돌아가며, 『새아기씨, 쇤네가 앞 댁에 가서 꽃모종 얻어왔습니다. 이것을 어디다 심을까요?』 건넌방 문이 바시시 열리더니 꽃 같은 젊은 부인이 하던 바느질을 바느질고리에다 접첨접첨 접어놓고, 『꽃모종을 어디 가 그렇게 얻어왔느냐? 광에 가서 괭이를 갖다가 저 담 밑을 푹푹 파서 흙을 보드랍게 만들고, 쓰러지지 않게 단단히 잘 심어라. 이애, 그 댁에 모종이 많더냐?』 그 계집아이가 손에 든 모종을 들어 보이며, 『에그, 많은 것이 다 무엇이야요. 이런 두 갑절도 못되는 것을 얻으러 온 사람이 어찌 많은지 그 댁 아씨께서 정신을 못 차리시게 졸리시던걸요. 쇤네는 얻으러 갔다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우두커니 섰느라니까, 그 댁 새아기씨께서 보시더니, 너도 모종 얻으러 왔느냐? 다른 사람은 몇 포기씩 아니 주시고 쉰네만 이렇게 많이 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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