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한정은(韓貞銀)이가 그해 피아노과 이학년이던 ‘구니다찌’고등음악학원은, 말이 동경(東京)이지 ‘신지꾸’에서도 성선(省線)으로 한 시간이나 나가는 촌이었다. 학생들은 도심지대(都心地帶)가 늘 고향보다도 그리웠다. 그 중에서도 정은은 더욱 그랬다. 기숙사 생활이라 외출 날이 일정해 있고, 일정한 외출 날이라 하더라도 그 육중한 피아노는 정은의 발을 동이기나 한 것처럼 만만히 놓아주지 않았다. 음악공부, 더구나 피아노 공부는, 다른 것처럼 전차 안에서라도 책만 펴면 복습이 되는 그런 간편한 공부가 아니었다. 비록 타고난 소질이 있더라도 어려서부터 하루 여섯 시간 이상씩을 십년 이상을 쳐야 이상적이라는 피아노 공부라, 고등녀학교에서 과외로 좀 치던 것을 가지고 와서는, 겨우 강(講)에나 패스를 하려도 외출날이래서 외출에만 마음을 둘수가 없었다. 하학하면 곧 연습실로 달려가 저녁때까지, 저녁 먹고 한 십분 황혼의 교정을 거닐다가는 또 연습실로 들어가 불 끌 종이 울릴 때까지, 날마다 그렇게 하노라면 몸도 그런 자세와 운동엔 익었으면서도 역시 어깨가 결리고 팔에 경련이 일고 눈이 아물거리어 그만 건반(鍵盤) 위에 쓰러지고 싶도록 피곤해지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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