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늦여름의 해는 유난스럽게 길어 오후가 한층 지리하다. 세 시 반 신경행 급행차 시간을 앞둔 경성역 구내는 느릿한 속에서도 수선스럽기 짝없다. 역전 마당에 늘어선 무수한 새까만 자동차 속에 한대의 하이야가 굼시르으 와 닿더니 꽃묶음을 든 사나이가 내렸다. 대단한 차림도 아닌 그는 소설가 문훈(文薰)이다. 벽 위의 시계를 쳐다보고 시간을 헤아리면서 문 안으로 들어선다. 많은 시선 속에서 꽃묶음을 든 자기의 모양을 겸연히 여겨서인지 빙그레 웃어본다. (여자 손님이나 보내는 것처럼 괜한 꽃묶음을 다──) 대합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이 역시 그 무엇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젊은 의학박사 박능보(朴能普)를 만났다. 코 아래에 수염을 깜츠르으하게 기른 거리에 수두룩한 풋박사의 한 사람이다. 「꽃은 잘 생각한 선물인 걸.」 「쑥스럽긴 하나 친한 동무 새에 무관할 듯해서.」 「난 무엇을 살꼬.」 대합실을 나와 매점 앞에서 어른거리다가, 「옳지, 위스키. 벌판에서는 취해야 하느니. 맑은 정신으로 만주 가는 친구도 없을 테니.」 「거 장쾌해.」 술병을 사들고 꽃묶음을 쥐고 두 사람은 보내려는 동무 천일마(天一馬)를 찾으나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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