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박일문(朴一文)으로서 우선 당장에 급한 것은 두 달 동안이나 밀린 집세 십육 원이었다. 거의 하루 걸러 오정 때만 되면 대문 앞에 와서 왜장을 치고 있는 늙은 집금인의 꼬락서니가 하도 아니꼽고 동리 사람 보기에도 창피한 일이라 집세만은 태꺽 물어 주어야만 할 형편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일문이의 아내 혼자서라도 바느질품도 팔고 금붙이 나부랭이라도 간간이 팔아넘겨서 그달 그달 집세만은 떡치듯이 물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일문이가 중병으로 입원했다가 나오게 되매 잔뜩 파리해진 몸을 가꾸기도 해야겠고, 일문이 없을 때 모양으로 콩나물죽과 된장찌개만으로는 지낼 수 없었다. 그러자니 돈이라고 손에 닿기만 하면 그 당장에서 녹아 버리고 집세는 생각에도 떠오르지 못했다. 그러다가 전날에도 집금인이 와서 으레 하던 버르장이로 왜장을 치고, “정 뻔뻔하게 뱃심만 부릴 테면 명도 신청이라도 할 테니 그리 알우.” 하고 땅땅 울리자 일문이는 빚진 죄인이라 쥐구멍이라도 찾을 듯이 하며, “내일 오정쯤 해서 오시구려.” 하고서야 겨우 집금임을 돌려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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