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사랑하시는 C선생님께 어린 심정에서 때 없이 솟아오르는 끝없는 느낌의 한 마디를 올리나이다. 시간이란 시내가 흐르는 대로 우리 인생은 그 위에서 뱃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늙은이나 젊은이나, 마음 아픈 이나 가슴 쓰린 이나, 행복의 송가(頌歌)를 높이 외는 이나 성공의 구가(謳歌)를 길게 부르짖는 사람이나, 이 시간이란 시내에서 뱃놀이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오늘 이 편지를 선생님께 올리는 이 젊은 A도 시간이란 시내에 일엽편주를 띄워 놓고 끝 모르는 포구로 향하여 둥실둥실 떠갑니다. 어떠한 이는 꽤주하는 기선을 탔으며, 어떠한 이는 높다란 돛을 달고 순풍에 밀리어 갑니다. 또 어떠한 이는 밑구멍 뚫어진 거룻배를 이리 뒤뚱 저리 뒤뚱 위태하게 젓고 갑니다. 또 어떠한 배에서는 하품하고 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립니다. 또 어떠한 배에서는 장구를 두드리고 푸른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어떠한 배에서는 불그레한 정화(情話)의 소곤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떠한 배에서는 여자의 애끓는 울음소리가 납니다. 어떠한 배 속에서는 촉루가 춤을 추고, 어떠한 배 속에서는 노름꾼의 코고는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이 A의 탄 배에서는 무슨 소리가 들리는 줄 아십니까? 때 없는 우울과 비분과 실망과 고통과 원망이 뭉텅이가 되고 덩어리가 되어 듣는 이의 귓구멍을 틀어막는 듯이 다만 띵 하는 머리 아픔이 있을 뿐이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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