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인류의 양심이 이야기하는 삶의 비밀 〈악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톨스토이의 주옥같은 단편소설 21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일송북 세계명작선 중 네 번째로 출간된 《톨스토이의 단편선》은 일반 독자들은 물론 청소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들만 엄선해서 내놓았다. 독자들은 톨스토이의 단편들을 통해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러시아 인들의 사고와 정서, 문화들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사상가이자 대작가의 사유를 이야기라는 형식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 단편선은 사철이라고 부르는 전통적인 제책방식으로 고급스럽게 장정되어 선물용으로도 부족함이 없도록 제작하였다. 귀족지위 포기하고 노동과 채식으로 생활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나〈안나 까레니나〉 와 같은 웅장함을 자랑한 장편소설들이 많이 알려졌지만, 단편소설 또한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최근 서점가에서 앞다투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톨스토이 단편집들은 잘 알려진 십여 편 미만의 작품들만 다뤄졌을 뿐, 이번에 출간된 책처럼 톨스토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만큼의 분량으로 엮어져 나온 것이 없었다. 이 책에 실린 21편의 작품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러시아 정교회에 파문을 당할 무렵부터 작가가 파고들었던 초기 기독교 사상에 영향을 받은 우화적인 작품성향을 보이는 작품들로 〈바보 이반〉,〈두 노인〉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이 바로 그러한 작품들이다. 두 번째는 귀족의 지위를 포기한 채 스스로 노동과 채식생활을 하면서 당시 짜르가 지배한 제정 러시아의 잘못된 사회구조를 비판한 작품들로 〈사람에겐 얼마만큼 땅이 필요한가〉, 〈죄인은 없다〉가 바로 그러한 성향의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양심을 선택한 결과는 시대와 가족과의 불화 또 이 책의 첫 작품인 〈악마〉는 도덕과 욕망의 기로에 선 주인공의 고뇌를 다룬 작품인데, 많은 부분에서 톨스토이 개인적 체험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고모 밑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진 톨스토이는 고모의 집에서 일하는 하녀를 유혹하여 임신을 시킨 적이 있는데, 〈악마〉에서 주인공 예브제니가 청소를 하고 있는 여인을 보고 욕정을 느끼는 장면은 톨스토이의 개인적 체험이 상당부분 오버랩되어 읽히는 대목이다. 또 〈지주의 아침〉의 첫 장면에 주인공이 숙모에게 보내는 편지 역시 대학을 중퇴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농민운동에 뛰어든 톨스토이의 개인적 체험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톨스토이의 이러한 계몽적인 삶은 러시아 정교회에서 파문당하는 등 시대와의 불화를 겪기도 했지만, 가족과의 불화 또한 톨스토이를 힘들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양심이 시켜서 한 일이지만, 톨스토이를 둘러싼 세상은 여전히 대작가의 삶을 더욱 지난하게 만들 뿐이었다. 간디와 같은 비폭력, 인도주의를 실천하면서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인류의 양심과 도덕성 회복을 위해 고뇌해온 지성인으로서의 톨스토이. 봉건시대가 가고 근대가 도래한 지 몇백년이 흘렀지만, 아직 인류는 컴컴한 어둠속에 쌓여있다. 이제 톨스토이의 주옥같은 단편소설들을 펼치며, 이제 우리 속 양심의 등불을 밝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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