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농사짓는 산골 시인의 담백한 삶의 이야기들이 동강의 여울처럼 잔잔하고도 선선하게 들려온다 는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의 망경대산 중턱에서 자급자족적인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시인 유승도의 세 번째 산문집이다. 여기에 실려 있는 글들은 신문에 1년 동안 연재했던 것들과 문예지, 사보 등에 실렸던 것들을 모은 것이다. 유승도 시인은 이 산문집을 통해서 15년 전부터 산골에 들어가 사는 자신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가 보여주는 산골에서의 삶은 흔히 도회지에서 상상하는 전원적 삶과는 전혀 다른 것이 특징이다. 첨단의 과학기술과 그에 걸맞은 속도로 전개되는 대단히 발전한 자본주의 시대에 산골에서의 삶은 속도 거스르기, 반(反)문명, 전통 등의 기본적 속성으로 인해 분명 그것과 대척점에 놓여 있지만, 유승도 시인에게 산골에서의 삶은 그와는 조금 다른 ‘자연 그 자체로 살기’처럼 보인다. 유승도 시인의 글들은 자연세계를 감상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자연 속에서의 삶이 아름답다거나, 평화롭다거나, 여유 있다거나, 순수하다거나 하는 따위가 없다. 그저 살아간다. 이따금씩 자신의 농사짓는 삶을 곤란하게 만드는 곤충이나, 새들, 야생짐승들, 잡초들, 나무들과 싸우며, 혹은 이웃들과도 갈등을 빚어야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것을 적대시 하거나 화해하지 못하는 관계로 그려내기보다는 ‘다 그러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한 삶 속에서 유승도 시인은 풀 한 포기나 벌레 한 마리 등의 미물들조차도 그 존재가치가 충분히 있으며 그것은 자신, 나아가 인간의 존재가치와 하등의 차이가 없다는 자신의 자연세계에 대한 윤리적 태도를 이 산문집 속에 고스란히 담아 놓는다. 이러한 태도는 분명 노장(老莊)적 세계인식을 닮았지만 유승도 시인에게 만약 노장을 말한다면 ‘그것은 또 무엇이냐’ 할 것만 같이 천연덕스러운 태도다. 이러한 태도는 곧 누구나 당당하게 살아가야 하며 그 당당함이 평등한 자연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데 그것은 타인들의 시선으로 인해 늘 자신의 삶을 억누르며 살아가야만 하는 오늘날의 세상을 향해 ‘수염 기르기’를 은근히 권해보고 있다고 해도 좋겠다. 산골에서 농사짓는 시인 유승도의 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자연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낡은 감상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더위에 찌든 한여름조차 시원하게 씻어주기에도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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