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캐럴라인 미버양이 시카고행 오후 기차에 몸을 실었을 때 그녀가 가진 것이라고는 조그마한 트렁크 하나와 싸구려 인조 악어 백 그리고 종이에 싼 점심 도시락과 노란 가죽 지갑 하나가 전부였다. 지갑이라고 해야 그녀의 기차표와 밴 뷰런가에 산다는 언니의 주소를 적은 쪽지 그리고 돈 4달러가 들었을 뿐이었다. 1889년 8월. 이제 그녀는 꽃다운 나이 18세의 나이로 상냥하고 소심하며 무지와 젊음이 가져다 주는 환상으로 한껏 부풀어 있을 시절이었다. 집을 나설 때 그녀는 다소나마 느낀 미련이 있었다면 그것은 이제 그녀가 포기하려는 어떤 실리 때문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작별할 때 뭉클 솟구치던 눈물. 기차가 아버지가 일하시는 제분 공장 옆을 지나갈 때 갑자기 목구멍이 뜨거워지던 일. 눈에 익은 마을의 푸른 모습이 차창 밖에서 자꾸만 뒤로 멀어질 때 내쉬던 아쉬운 한숨 그리고 자신을 고향집에서 보낸 시절에 얽매어 놓는 그 숱한 실오라기들. 이 모든 것들이 이제 돌이킬 수 없이 한꺼번에 산산이 깨어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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