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소녀는 금발머리에다 주근깨가 점점이 뿌려지고 끝이 약간 들려올라간 코, 그리고 초롱초롱한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열다섯 살의 부잣집 말괄량이였다. 입체영상장치의 단추를 누를 수 있을 만큼 자란 뒤로 소녀가 꿈꾸어 온 것은 오로지 별나라, 우주탐험뿐이었다. 미지의 외계인들과 최초로 접촉을 해냈던 영웅들, 머나먼 별세계의 탐험자들, 새로이 개척된 별의 역사에 아로새겨진 인물들 등등은 죄다 소녀의 변치 않는 우상이었다. 소녀는 모든 우주탐험 임무에 참가했던 승무원들의 이름을 줄줄 외고 다녔고 은하연방의 지도를 거의 정확하게 그려낼 수도 있었으며 우주개척기지가 몇 개나 건설되었는지도 빠짐없이 헤아리고 있었다. 이제까지 알려진 쉰 남짓한 외계인 종족들과 최초로 접촉한 사람이 누구누구였는가도 물론 전부 다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또한 겨우 16세의 나이였던 한 루 한이 라이레 91 베타 행성에서 선장과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불뿜는 외계인들의 화염병기 포화를 뚫고 뛰어들며 남겼던 마지막 말도 가슴 깊이 공감하며 되새길 수 있었다. 소녀는 수학성적도 꽤 좋았다. 우주선 좌표계산을 위해서라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소녀는 늘 우주정거장에 들락거리면서 말상대가 되어 주는 사람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곤 했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우주정에 태워달라고 조르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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