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일엽 김원주는 개화기 첫새벽의 여류 문인이었고, 여성 해방의 실천적 선구자인데다가 드물게 보는 불교계의 선승으로, 크게 완성된 근대 신여성으로서는 최후의 희망봉이었다. 일엽 스님이 산문을 통하여 보여준 세계는 진리의 좁은 문에 비유될 수 있다. 기독교 가문에서 태어남을 받고 누구보다 쓸쓸하게 자라 그녀의 유년 체험은 1907년 열두 살 나이에 신체시를 빚는 매우 놀라운 현상을 나타낸다. <동생의 죽음>이라는 시가 그것이다. 그러나 일단 글을 버리고 불법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의 고백은 진리 체험의 새로운 경지라 아니할 수 없다.일엽이 연문이나 남긴 잡문가일 수 없고, 문학의 그 선구적 업적에 있어서나 여성 해방운동의 전위적 실천에 있어서는 물론, 선문의 세계 전개에 있어서 단연 중후한 존재임을 염두에 둔다면, 그 고달픈 정화과정이야말로 야생화에서 백련을 스스로 피게 한 향기를 우리는 음미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자전적인 성격을 띤 산문이라 하더라도 갈등을 통한 귀의는 존귀의 극치를 미치고 있다. 입산하기까지의 추억을 되살린 미려한 문체도 감명을 주지만, 선맥의 향훈을 줄기차게 뿜어내는 철리의 묘미는 무상의 법열을 체득하게 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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