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세계를 목표로 나아가야 할 한국 추리소설해마다 여름이 돌아오면 한국추리작가협회는 회원들의 단편을 모아 책을 엮어 낸다. 한국의 추리문학 시장이 열악한 상태에서 해마다 단편집을 출간하는 것은 추리작가협회의 연례행사라는 측면도 없지 않으나, 우선 국내에서는 드문 창작 추리단편집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자리이기도 하며 또한 신인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단편집에는 중견 작가들보다 신인 작가들의 참여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신인 작가들은 기성 작가들에 비해 이야기의 매끄러운 면이나 문장의 능숙함이 다소 부족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신인 특유의 참신함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이들 신인 작가들의 등장은 앞으로 한국추리문학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최근 몇 년 동안 추리문학 전문지인 -계간 미스터리-를 통해 등단한 신인작가들은 확실히 기성작가들과 다른 글쓰기를 하고 있다. 젊게는 20대 후반에서 많으면 30대 중반의 작가들은 나이에서 느낄 수 있듯 기성 작가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은 이제야말로 우리나라의 추리문학이 세계로 도약할 시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이것은 일단 반가운 현상이다.한국추리문학의 침체는 그 동안 기성작가들이 같은 소재. 같은 가치관으로 글쓰기를 해온 탓에 독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기성 작가들이 어느덧 타성에 젖은 사이 외국의 걸작 추리소설들이 몰려들어왔고 그 틈에 독자들의 눈은 과거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올라서고 말았다. 한때 화려하게 명성을 떨치던 중견 추리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멈추고 있던 사이에 침체는 더욱 심해졌고 그 틈새를 노리고 일본 추리소설이 상륙하여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 추리소설의 침체된 상황에서 독자들이 일본추리소설만 찾은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신인 작가들의 작품은 70년대, 80년대의 국내 작품들과는 확실히 소재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다. 또한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정서도 다르다. 이들은 영미권과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과 제3세계 등 전 세계와 소통한다. 해외의 추리소설 뿐 아니라 수많은 만화와 영화의 세례를 받았으며, 인터넷을 통해 지구상의 막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여 온 세대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정서와 문화는 영미권이나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글로벌한 추리소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다.바다는 반 방울의 물방울이 모여 시내가 되고, 시내가 모여 강이 되고, 강물이 흘러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작은 비록 미미할지라도 끝은 창대할 것이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한국추리문학의 미래를 짊어질 신인작가들의 작품에 독자들의 아낌없는 성원을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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