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밤 열한 점 막차가 달려들려면 아직도 멀었나보다. 정거장은 안팎으로 불만 환히 켜졌지 쓸쓸하다. 정거장이라야 하기는 이름뿐이고 아무것도 아니다. 밤이니까 아니 보이지만 낮에 보면 논 있는 들판에서 기찻길이 두 가랑이로 찢어졌다가 다시 오므려진 그 샅을 도독이 돋우어 그 위에 생철을 인 허술한 판잣집을 달랑 한 채 갸름하게 앉혀놓은 것 그것뿐이다. 그밖에 전등을 켜는 기둥이 몇 개 섰고, 절 뒷간처럼 쫓겨 간 뒷간이 있고 쇠줄로 도롱태를 달아 높은 우물이 있고, 그리고 넌지시 떨어져 술집, 사탕 집, 매갈잇간, 주재소 그런 것들이 초가집, 생철 집 섞어 저자를 이룬 장터가 있고. 그러나 그러는 해도 이 정거장이 올 가을로 접어들면서 굉장하게 번화해졌다. 금점판(砂金鑛)이 터져서 그렇다. 정거장 둘레로 있는 논바닥에서 요새도 날마다 수백 명씩 들이덤벼 금을 파낸다. 그래서 차를 타고 오고 가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장터에는 사탕집이 더 생기고 술집은 더 많이 늘고 전에 없던 이발소까지 생겨났다. 덕쇠는 오늘밤도 막차를 보려고 정거장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 그는 대합실로 섬뻑 들어가지는 못하고 옹송그려 팔짱을 끼고 밖에서 빙빙 돌고 있다. 전엣 사람은 그렇잖더니, 갈리고 이번에 새로 온 역부는 덕쇠가 대합실에 들어앉아 있는 것을 보기만 하면 눈을 부라리고 발길로 툭툭 걷어차고 해서, 그래 뒤가 걸려 덤쑥 들어앉지를 못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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