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배오개 네거리에서 동소문 편으로 통한 큰 길은 통안 병문이라. 그 길로 올라가는 전차에 사람이 어떻게 많이 오르는지 정거수가 미처 차표 값을 다 받지 못할 지경인데, 사람이 차에만 그렇게 많이 오른 것이 아니라 거리 가는 남녀노소가 넓은 길에 빽빽하도록 찼으니, 이는 그 길이 특별히 번창하여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날이 일요일인 고로 일반 관민들이 골몰 무가히 지내다가 하루 한가한 겨를을 얻어 창덕궁 안 동물원ㆍ박물원ㆍ식물원을 구경하려고 가는 사람들이라. 이왕 정시나절일 제 뵈일 때 팔도 선비가 장중에 들어가느라고 집춘문이나 월근문에 부문하는 일체로 그 많은 구경꾼이 홍화문 앞에 와서 낱낱이 표 한 장씩을 사서 들고 문안으로 들어가더니 넓으나 넓은 곳에 각기 마음대로 이리로 떼를 지어 간다. 그 중에 어떠한 처녀 하나이 나이는 십일세가 겨우 됨직 하고 이목구비가 떡으로 빚고 붓으로 그린 듯한데, 삼단 같은 머리를 발뒤꿈치까지 치렁치렁하게 땋아 느리었는데, 고운 모시 진솔 치마를 과히 상스럽지 않게 남의 눈에 거치지 않을만치 머리에다 쓰고 근 오십된 노파의 뒤를 따라가며 나직한 음성으로, "에그 할머니, 사람도 퍽으나 많습니다." "글쎄, 난 이런 줄은 몰랐구나." "저 많은 사람의 틈을 부비고 구경하려다가는 고생만 하고 구경은 못할 터이니 그만두고 도로 나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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