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저편 언덕 위에서 아이들이, 「야! 또 올라왔다…….」 하고 떠들썩하면 서운(瑞雲)이도 원산 쪽을 돌아보곤 했다. 돌아볼 때마다 은하수가 비낀 밤 원산 하늘에는 큰 함박꽃처럼 피었던 붉고 푸른 불둥어리가 어느덧 바다에 떨어지며 사라지곤 하였다. 멀고 파도소리 때문에 ‘탕!’ 하고 터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그 소리 없이 피고 사라지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신비스럽게도 보였다. 서운이는 혼자 모새밭에 앉아 아이들이 떠들 때마다 그것을 바라보았다. 원산엔 여름이면 흔히 불놀이가 있었다. 서늘한 바다의 하늘을 가진 원산 사람들은 철썩이는 파도소리에 귀를 적시며 물 위에 그림자가 더욱 찬란한 바다의 불놀이를 구경하는 것처럼 즐거운 행락은 없었다. 그러나 이 행락은 원산 바닥 사람의 것만은 아니었다. 십 리 이십 리 밖에 여기저기 널려 있는 무수한 섬들, 그 조그맣고 캄캄한 섬에서들도 온 동리가 나와 앉아 늘 한물과 바람의 바다를 눈앞에 깔고 이 푸르고 붉은 섬광의 기현상을 바라보고 즐기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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