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이젠 중국이 밀려오고 있다는 표현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중국과 수교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우리 나라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축구 대회와 중국의 WTO 가입에 힘입어 중국과의 인적·경제적 교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전망된다. 중국과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중국이 두렵다. 20년 전 독일 유학시절에 만났던, 어렵게 선발되어 유학 온 중국 학생들의 근면함이나, 10여 년 전부터 십수 차례 중국을 방문하면서 만났던 많은 중국의 엘리트 공무원들과 학자들의 성실함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을 특히 이 책의 저자인 왕 샤오링에게서 받았다. 그 두려움의 실체는 외국인으로서 쓴 그의 섬세하고 수려한 한국어 문장들이다. 그가 인정한 적은 없지만 그의 문장은 왕도를 찾지 않는 근면한 학습태도와 독서량 탓이라고 본다. 그의 말대로 독서량과 근면성이 아니라면 그 원인은 언어에 관한 그의 재능과 중국인의 영민함일 것이다. 그는 중국의 산동 대학에서 동아시아어과를 다니면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배우던 중, 우리 나라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유학생 시험에 선발되어 1년간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이 정도의 학습기간에 어떻게 외국어로 그의 생각과 관찰을 그토록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경이롭다. 그의 글은 한 번 읽을 때 느낌과 두 번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 읽을수록 그의 가슴 깊이 숨겨져 있는 중국의 문화적 두께와 향기가 느껴진다. 처음 만났을 때 약간 서툰 발음으로 인사하던 그의 수줍어하던 모습을 떠올릴 때면 이렇게 발전한 제자로서의 그가 기특하다기보다 그를 통해 무서운 중국의 저력을 느낀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대학생들의 학력 저하현상을 보면서, 공부로 낮과 밤을 채우는 대학 캠퍼스를 가진 중국이 부럽다. 우리 나라가 6, 70년대와 비교하여 지금 정도의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공부를 통해 좀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새벽부터 도서관에 자리를 잡으려고 줄을 서던 그 정신에 있다고 하겠다. 대학을 말할 때 낭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대학에서 낭만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나라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없음이 개탄스럽다. 대학생들의 독서 실태와 글쓰기 수준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그 증거가 될 것이다. 생각과 고민 없이 쓴 학생들의 보고서를 읽는 것이 고통이 된 지 오래다. 학생들의 글에서 오랫동안 읽어보지 못했던 섬세한 관찰과 감정 표현의 글들을 외국인 학생인 왕 샤오링의 글에서 읽으면서, 우리 나라의 장래를 뼈아프게 생각했다. 지도 교수라지만 자주 만날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샤오링과의 대화를 가끔 이메일로 했다. 이메일로 보낸 그의 글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그의 섬세한 관찰력이 기특하고 반가워서, 칭찬을 부담스러워하는 그에게 비슷한 경험들에 대한 글들을 계속 요청했다. 이렇게 그가 보낸 이메일 편지글들을 1년 정도 모으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은 왕 샤오링이 한국의 조급하고 끈끈한 문화적 특성을 보면서 그것과는 전혀 다른 중국문화의 색깔을 발견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전형적인 자아발견 과정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처음 샤오링의 재능을 알아보았을 때 그에게 약속한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유학하는 나라로 한국을 택한 것이 얼마나 잘한 결정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것은 그의 재능과 노력 몫이지만, 이 책은 그 약속을 이루는 첫번째 결실이다. 이 결실은 부디 이 책이 많이 읽혀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성찰해보는 기회를 갖게 될 때 빛을 발할 것이다. 나아가 샤오링이 그의 근면함과 총명함으로 더욱 학업에 정진하여 실력 있는 한국 전문가가 되어서 한국과 중국 간의 문화 교류의 가교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 이 책은 이를 위해 내딛는 작은 첫걸음일 뿐이다. 이 책을 통해 그의 미래에 서광이 깃듦을 본다. 2002년 봄이 오는 길목에서 황승연(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추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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