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귀빠진날. 나의 생일은 여느해와 같은 날이었다. 아침 식탁에 올린 미역국이며 나물 반찬들이 해마다 다를 게 없다는 식상이 들었다. 다만 올해는 허리가 구부정한 어머니가 별미라며 떡에다 만두국을 준비해 주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멀리 사는 언니네 식구들이 빠지지 않고 함께 자리했다. 성인이 된 조카들이 축하한다며 한마디씩 늙어 가는 이모를 가시가 하나씩 빠져나가는 것으로 표현해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잠시 박장대소하는 동안 마음속에서 잔여물이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모는 주름을 일렁이며 환하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