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이별할 때는 어떤 정표도 당신에게 남기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그 어떤 정표로도 응축되거나 상징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정표가 후에는 부질없는 우상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별은 해후를 위한 휴식이라고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혹은 봄을 기다리는 추운 겨울의 깊은 잠이라고 핑계대지도 않겠습니다. 이별은 거역할 수 없는 우주의 섭리, 유한한 인력으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순리라고…… 체념은 아름답고 유순한 미덕, 안으로 다스리는 가장 질긴 기다림이라고 당신 귀에 속삭이지도 않겠습니다. |